2023년 2월부터 4월 절반. 두 달 반 정도의 짧다면 짧은 일본 취업 활동 끝에 내정을 확정받았다.
즉, 히라가나도 모르는 상황에서 시작한 내 일본 취업 도전은 2023년 4월에 끝이 났다는 이야기다.
이 글은 2020년 1월 일본어 공부를 시작하고 2023년 4월 내정을 받기까지의 회고이다.
글을 못 쓰는 나에게, 얼마나 장황한 글을 쓸지 두려움이 앞서지만. 그동안의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또 일본 취업을 도전하려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계기
2017년, 20살. 대학교 1학년 때 나는 방향을 잃었다는 생각을 했었다. 항상 수업 듣고, 남들 하는 것만큼 공부하면 적당히 좋은 대학 가서 적당히 좋은 직장에 가는. 그런 재미없고 평범한 삶을 희망했던 나는 대학교는 별로 재미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운전 중 내비게이션이 갑자기 꺼진 것 마냥 말이다. 분명 이 길이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꺼져버리니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물리학 강의 중에, 갑자기 교수님이 그런 말을 했다. "굳이 한국에서 취업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해외에서 일하는 것도 생각해 봐"라고. 조금 다를 수도 있지만. 아무튼. 그 교수님은 강의 중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를 하곤 하셨는데. 아마 그때도 갑자기 하셨던 말씀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중요한 건, 그 말이 내 머릿속에서 느낌표가 되었다.
"영어를 그래도 조금은 잘하니까. 그리고, 공학을 전공하고 있으니까. 해외에 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
단순히 생각에 불과했으니, 실질적으로 일본 취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2018년 평창올림픽 때다. 물론, 올림픽이랑 관련 있는 건 아니고. 반수를 실패한 나는, 누나가 가자고 해서 우연히 도쿄 여행을 가게 된다. 그때까지 일본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심지어 내 친구들 거의 대부분이 즐겨보았던 '원피스' 만화도 관심이 없었다. 그렇게 가게 된 일본은 꽤나 재미있었다. 한국과 거의 같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렇지만 재미있었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게 계기가 되었다.
2020년 군 입대 전, 마지막으로 도쿄에 혼자 간 10일간, 어느 정도 제대로 일본 취직을 결심했다. 그렇지만 군대는 나에게 있어 썩 좋은 기억이 아니었고, 몇 차례 일본어 공부를 하려고는 했지만 내 노력 부족인지 공부할 환경이 되지 못하였다.
그 뒤로 2021년 겨울 전역한 뒤, 사실은 일본 취직은 내 머릿속에서 조금은 희미해진 상태였다. 어느새 23살이 되었고. 곧 2학년 24살이 된 시점에서. 히라가나 가타카나도 완벽하게 외우지 못했던 내가 3년 안에 일본 취직에 도전한다는 게, 상식 밖에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우선은 무작정 일본어 공부하면서 월드잡을 찾아봤다.
월드잡에서 온라인으로 일본 취업 설명회가 있었고. 그 설명회를 통해서 코렉을 알게 되었다. 우선, 코렉에서도 일본 취업 관련 설명을 쭈욱 들으면서. 스스로 정리한 결과. 일본 취업은 4학년 1학기 때에 진행을 하니까. 그 당시 올해와 내년 2학년 & 3학년 때는 일본어 공부를 하고. 추가로 중간에 교환학생을 1년 정도 다녀오면 충분히 3년 정도라는 시간을 확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런 다음 4학년 때 본격적으로 일본 취업에 뛰어들어 취직하겠다는 어찌 보면 단순한 방향 설정이었다.
*2023년 이전까지, 내 일본어 공부 이야기
https://honoluulu-life.tistory.com/206
https://honoluulu-life.tistory.com/201
시작
2023년 1월, 일본 취업 활동이 시작되었다. 참고로 일본 취업은 4학년 1학기 기준으로 3월 시작해서 6월쯤 보통 다들 끝내는 흐름이다. 물론, 외국계 기업의 경우 3학년 여름쯤 시작한다고 듣긴 했다. 어쨌든, 나도 3월 시작을 목표로 ES / 자기 분석 / 면접 준비를 차례대로 끝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전에 눈여겨보았던 회사의 취업 공고 일찍 올라와버렸다.
여기서부터 조금 패닉이었다. 눈여겨보았다고 표현했지만. 처음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회사. 심지어 1월에 잠깐 일본 여행을 다녀왔었을 때, 그 회사 건물까지 갔었다. 그러다 보니 너무 1순위라고 생각해 버렸다.
회사 지원하기에 앞서 우선, 그 회사의 캐주얼 면담을 신청하였다. 희망했던 기술 쪽이 아니라 영업부 인사담당관이었는데, 그래도 내가 궁금했던 내용들도 많이 질문하고, 또 무엇보다 첫 면접을 앞두고 부족한 부분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 좋았다. 어찌어찌 캐주얼 면담 이후 허겁지겁, 어쩌면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조금은 정리되어있지 않은 이력서를 그 회사에 제출한 뒤, 운 좋게도 서류 합격 통보를 받았다.
이후 생각보다 급하게 1차 면접을 준비하게 되었다. 코렉에서 한 번 면접에 대한 조언을 받은 이후, 본 그 회사의 1차 면접에선 간단한 수준의 질문뿐이었다. 사실상, '나'에 대해 알고 싶다 보다는 면접을 볼 수준이 되는지 '확인'하는 느낌이 강했다. 15분 정도 대화를 나눴을까 바로 합격하게 되었다. 문제는 그다음 2차 면접이었다.
2차 면접은 특이하게 한 달간 진행되는 테스트였다. 그 회사는 입사 전 일 년 정도 부트캠프를 진행되는데. 그중 한 달 정도 가량을 테스트로 진행하는 시스템이었다. 그 시점이 2월 초반쯤 되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한 달간 진행된다고 생각했을 때. 떨어지면 리스크가 크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렇지만 합격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생각이었다.
3월 초까지 진행한 테스트에서 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매일 4시간 이상 시간이 들었고, 내가 잘하고 있는지 아닌지도 파악하기 어려운 시스템이었다. 3월부터 기업 설명회가 시작되는 만큼, 이 시점에서 이런 식으로 시간이 허비되고 있다는 두려움이 들기 시작했다. 그 예감은 틀리지 않았고, 3월 둘째 주쯤 떨어지고 말았다...
위기
시간은 시간대로 쓰고, 떨어지고 말았다. 학기는 시작되었고, 기업 설명회도 시작했다. 다시 패닉이었다. 무슨 자신감으로 바로 합격할거라고 생각한 걸까. 우선 빨리 정신 차리고 전략을 세울 수밖에...
내 전략은 간단했다. "자사 서비스가 있고, 월급이 23만 엔 이상이며, 미나시 잔교가 30시간 이하인 곳, 연휴가 적어도 120일 이상 + 도쿄&가나가와인 회사를 찾아 4월 중순 학교 중간고사 전까지 적어도 하나 내정을 받고, 그 뒤로 그 회사를 기준으로 더 나은 회사를 찾아 여름방학 전 6월까지 취직 활동을 마무리한다."였다.
물론, 중간고사 전까지 내정을 못 받을 시에도 대책은 있었는데. "선택지 1. 지역을 넓힌다. 2. 제조업 직무도 선택한다."로 고를 회사의 수를 늘리는 방식을 생각했었다.
어찌 되었든, 3월 둘째 주, 꿈꾸던 회사에서 떨어진 뒤. 현실을 직시해야 했다. 우선, 엑셀을 통해 내 구직 상황을 정리하였다. 지원할 회사와 그 회사의 월급, 사원 수, 미나시 잔교 등등 모든 걸 정리하고. 리쿠나비 마이나비 오픈워크 코렉 이렇게 4개의 구직 사이트에서 내 기준에 맞는 회사를 꾸준히 지원하였다.
이렇게만 말하면, 굉장히 체계적으로 구직 활동을 한 것같이 들리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다. 가장 큰 문제는 시간이었다. 3월 중순이 된 시점에서, 내가 목표로 한 4월 중순까지는 한 달가량 남은 상태였고. 각각의 기업들은 취업 설명회를 요구하였고. 그 뒤 서류, 1차 2차.. 최종까지 전체적으로 한 달에서 한 달 반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다행히, 4월 초 기준으로 3개의 회사의 최종 단계까지 가게 되었다. 한 회사는 온라인 면접 / 나머지 두 회사는 직접 일본에 와서 대면 면접을 요구하였는데. 그중 한 회사는 도항비, 즉 일본에서 면접을 보기 위한 비용을 지불하겠다고 하여. 도항비를 받고 일본까지 직접 가서 면접을 보게 되었다. 대면 면접은 즐거운 경험이었다. 물론 그 회사는 떨어졌지만 말이다...
면접에서 떨어졌다고 슬퍼할 겨를이 없었다. 빨리 다음 면접에 집중해야 했다. 나에게 남은 건 두 개의 최종 면접. 그중 하나는 회사 측에서 도항비 지급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나중에 일본 여행 가서 봐야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어떻게 보면 중간고사 전까지 유일하게 남은 건 한 회사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그때는 약간, "이러다가 일본 취직은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과 "조금 기준을 낮춰볼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불안함이 있었다.
내정
그렇게 준비하게 된 중간고사 전 마지막 면접. 이 회사의 경우, 내가 엔트리 한 회사 중 가장 좋은 조건의 회사였다. 어찌 보면 이 회사에 합격한다면 가장 베스트였다. 그래서 이번에 더욱 철저하게 준비하였다. 준비된 내 ES와 기업 분석. 추가로 내 나름대로 회사의 발전 방향에 대한 생각과 새로운 사업 아이템까지 준비를 마쳤다.
최종 면접은 임원 면접이었다. 전에 최종 면접 때는 사장 면접이어서, 임원 면접은 처음이었다. 생각보다 짧게 봤다. 30분 정도.
면접 질문들을 생각해 보면, 자기소개 한 뒤 질문이 들어왔는데. 먼저, 한국에서 한국 대학을 다니고 있는지 물어보셨다. 아마, 일본에서 생활하고 있는 외국인인지 물어보는 질문이었던 것 같은데. 그때는 "일본 체류 경험이 없는 외국인이라서 떨어지겠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 회사에서 하고 싶은 일을 물어보셨는데. 거기서 약간 내 나름대로 승부수를 띄웠다.
내가 이전에 생각을 해두었던 새로운 사업 아이템에 대해서 설명하였다. "이게 맞나?"라고 속으로 생각을 하긴 했지만, 우선 생각은 해왔으니까 던져보자 했다. 그런데, 아뿔싸. 내 말 중에서 단어 하나를 못 알아들으셨다. 지금까지 면접 중에서 발음 관련해서 문제가 생긴 적은 없었는데. 아무래도 이전과 다르게 새롭게 준비한 내용이다 보니. 발음 관련해서는 생각을 못했었다. 어찌어찌 그 부분을 끝내고. 그다음으로 회사의 발전 방향에 대한 질문이 들어왔다.
이 역시도 이전에 생각했던 바. 기존에 생각해 둔 내용을 차분히 말했다. 마지막으로 역질문이 들어왔는데. 기존에 준비해 둔 역질문을 던졌지만, 아뿔싸. "그 질문에 대해서는 ~~(인사담당자)가 더 잘 알 것 같은데요."라고 하시면서, 답변이 같이 계시던 인사담당자님께 넘어갔다. 속으로 "이거 망했나?"싶었다...
그렇게 해서 끝난 면접. 사실 이전 면접에서는 내가 생각했을 때, "떨어졌다."면 무조건 떨어지고. "이거 붙었다." 하면 무조건 붙었다. 이번 최종 면접의 경우 솔직히 "떨어졌다."였다. 내 답변이 깔끔하지 못하였고. 임원분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빨리 마음을 접고 다음 면접을 준비하였다.
그런데! 일주일 뒤, 메일을 받게 되는데...
내정을 받고 말았다... 그때 다음 수업을 위해서 강의실을 이동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내정을 받고 말았다...!
우선 침착하게, 내 지원 회사들을 전부 확인해 보았다. 역시, 여기가 제일 조건이 좋았다. 그렇게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조금은 내 생각보다 빠르게 내 2024년 입사를 위한 취직활동이 끝났다...!
회고
솔직하게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내가 계획한 것보다 취직 활동이 빨리 끝났고. 어찌 보면 가장 불안했던 타이밍에 합격해 버렸다. 이 말이 정확한 것 같다. "합격했다." 보다는 "합격해 버렸다.". 사실 여러 가지 운이 겹쳤던 부분이 없지 않아 있긴 하다. 군대 전역 후, 코로나로 생긴 자매대학 언어교환 프로그램 덕분에 일본어 공부를 좀 더 빠르게 잘하게 되었고. 그리고 우연히 찾은 월드잡 강연과 코렉. 이외에도 여러 가지 있지만. 정말 운이 좋았다.
처음 일본 취업 활동을 한다고 했을 때도 스스로 확신이 있진 않았다. 또, 원래 올해 교환학생을 가는 거였는데, 스스로 포기하고 바로 취직 활동에 뛰어들었을 때도 두려웠었다. 왜냐면 내가 지금까지 일본 취업 관련해서 찾아본 결과, 나처럼 일본에 체류한 적이 여행밖에 없는 사람이 취직한 사례를 본 적이 없었으니까...
약간은 무리수였다고 생각한다. 어찌어찌 그 무리수가 통했으니까 다행이다..!
물론, 취직을 했다고 모든 게 끝난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 뒤로 어떻게든 일본에 정착하기 위해서 내가 해야 하는 것들, 버텨야 하는 것들이 상당히 많다. 어떻게 보면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4월 입사까지 8개월 정도 남았다. 다시 뛰어야 할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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